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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감

선호악흡: 선과 악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눈먼자들의도시]

by 오얏빛 2025. 3. 30.

눈먼자들의 도시

“악에서도 선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에서도 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들을 잘 하지 않는다.”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검은, 안을 드래그 하라.

 


🌫 선과 악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이 갑자기 눈이 멀게 되는 세계에서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분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사라마구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소설의 인물들은 대부분 선과 악의 경계를 오가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상황 속에서 변화하고,
때로는 선한 의도 속에 잔인함이 섞이고,
또 어떤 때는 비겁함 속에서도 용기가 스며든다.

 

이렇다 보니 [선과 악의 경계]란 '이름'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 악을 행하는 손은 어디서 왔는가?

깡패들이 여성의 몸을 식량과 바꾸는 장면은
소설 전체에서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 순간이다.


누군가는 악을 저질렀고,
누군가는 침묵했다.


그리고 아무도 영웅이 되지 못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깡패들 역시 처음부터 깡패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도 눈을 잃고, 공포와 굶주림에 사로잡힌 인간이었을 뿐이다.
그 공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악이 태어났다.


🩸 선에서 흘러나온 악

의사의 아내는 소설에서 가장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깡패를 가위로 찔러 죽인다.


그것은 단순한 정의의 실현이었을까?

 

 

그녀의 행동이
‘선’에서 비롯되었지만,
결국 폭력이라는 형태의 악을 동반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이성적이었고,
사랑이 깊었으며,
책임감도 강한 인물이었지만,
그녀 또한 인간이기에,
절망 속에서 악(또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우리 안의 선과 악은 ‘숨’과도 같다

‘선호악흡’
— 나는 이 네 글자의 이름을 지어낸다.
선과 악은 호흡처럼, 인간 안에서 반복되고 섞이며 존재한다.
누군가는 선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만,
상황은 그 사람을 악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조차
누군가는 기적처럼 선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 마무리하며

『눈먼 자들의 도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 “당신이 선하다고 믿는 그 마음은,
    절망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가?”
  • “당신이 믿고 있는 정의는,
    폭력 없는 형태로 실현 가능한가?”

선과 악은 고정된 정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숨 쉬는 리듬처럼,
흔들리고 교차하며 존재하는 것
이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내 인생의 선악호흡을 어떻게 내뱉어야 할지 더욱 고민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의 말처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내가 유일하게 믿는 게 있다면, 단 하나.

"나란 놈은 항상 불확실한 놈"

이란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