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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감

암흑의 핵심, 조셉 콘래드 (쿠팡의 암흑은 언제 시작되는가)

by 오얏빛 2025. 12. 28.

보이지 않는다 해서 암흑은 아니다. 보려 하지 않는 것이 암흑일 수도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에 홀로,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를 읽었다.

이 소설은 흔히 제국주의 비판 소설로 소개되지만,

책을 덮고 나서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과거 역사적 과오보다

지금 현재적인 질문이었다.

 

"공포는 언제 시작되는가?"

 

소설 속에서 암흑은 밀림에 있지 않다.

그것은 폭력 그 자체에도 있지 않다.

암흑의 공포는 설명이 사라진 자리에 있다.

자신의 행위를 말로 되돌려 설명하지 않는 순간,

혹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순간,

그때 비로소 인간은 암흑 속으로 들어간다.

 

커츠는 악당이 아니다.

식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힘을 가진

권력자들의 명을 받들어 콩고에서 수많은 상아를

납품하며 성과를 낸 인물이다.

문명화라는 서구 유럽의 명분을 지닌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데 있지 않다.

그 선택을 되묻는 언어가 자신의 내면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침묵!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공포였다.

 

나는 위대한 것들의 문턱까지 갔었지요

 

이 지점에서 나는 최근의 한 사건을 떠올리게 되었다.

E 커머스 플랫폼 강자. 쿠팡!

전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기업인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

사건의 사실 관계를 단정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관심이 있었던 것은 오히려 그 이후 쿠팡의 태도였다.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사건 자체보다,

이후 대한민국의 사법기관에, 국민의 감성에, 이성에.

반성과 사과의 언어로 다가가려 했는가,

개인 한 사람의 불안에 도달할 만큼의 언어를 사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지의 문제와

사람을 안심시켰는지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암흑의 핵심]은 말한다.

암흑은 불법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설명 불가능성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쿠팡의 능력은 설명 불가능할 정도로 무능했다)

 

기업이 거대해질수록 개인은 작아진다.

개인은 사용자가 되고,

데이터가 되고,

관리 대상이 된다.

이 과정이 자동적으로 악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의 언어가

사라질 때,

기업은 자신도 모르게 권력을 쌓아간다.

법적이든 도덕적이든 물질적이든.

쿠팡은 자신도 모르게 권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그것은

커츠의 죽음과도 같은 비명소리와 겹쳐 들렸다.

 

“The terror, The terror"

(커츠는 무서워라,무서워라외치고 죽는다.

영문 “The horror, The horror")

(우리 국민에게 저지른 테러행위와 같다)

 

침묵은 중립, 책임의 면피가 아니다.

[암흑의 핵심]에서 침묵은 언제나 방향을 가진 선택이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은 흐려지고,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개인의 불안은 거대한 바다를 이룬다.

 

이 소설이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끝까지 설명하려 하는 자세를 지녔는가 라는 질문이다.

 

쿠팡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 쿠팡이란 기업은

 

“The Error, The error"

 

가 되었다.